
썸바디 (2022. 서스펜스 스릴러)
나의 완벽한 세계, 나의 완벽한 오류
이제서야 찾은 나와 완전히 똑같은 사람
매번 맛집, 호텔들만 리뷰하다가
오랜만에 본업으로 돌아왔습니다.
저도 정말 재밌게 봤고,
인물 자체의 분석은 가능하나
행동 하나하나까지 모든 걸 해석할 수 있는건
작가 뿐이라고 생각합니다.
본 포스팅은 드라마를 모두 보신 후에 읽는 것을 추천드리고,
인물 분석 위주의 내용이기 때문에 스포일러를 강제 당할 것입니다.
썸바디 인물 분석
1. 섬

극 중 아스퍼거 증후군이 있다고 나옵니다.
현재 정신건강의학과에서 DSM-5라는 진단분류체계에선
아스퍼거증후군은 삭제된 용어이며,
Autism spectrum disorder (ASD - 자폐 스펙트럼 장애)
에 포함되어 있을 뿐입니다.
즉 자폐라는 용어가 중요한 것이지
지능의 높고 낮음을 따로 보진 않겠다는 거죠.
자폐도 개인마다 정도가 있습니다.
일단 섬에 대해 작가가 우리에게 주는 정보를 보자면
(1) 어렸을 적 어머니로부터 감정을 배우는 단계에서 아주 순진한 얼굴로 보랏빛 얼굴을 만들기 위해 어머니의 목을 조르는 장면.
-> 이는 어머니가 두려운지 궁금한 게 아니라 보랏빛 얼굴이라는 것이 궁금한 겁니다. 자폐 스펙트럼 장애 진단에서 가장 유명한 '샐리-앤 테스트'를 보면 타인의 생각과 입장에서 생각하는 것을 잘 못하는게 핵심입니다.

(2) 사무실과 집의 구조가 같고 늘 같은 루틴의 생활을 한다. (매일 출근하는 길)
-> 자폐를 가진 사람에겐 타인의 감정과 생각을 읽는 것이 늘 어렵기 때문에 교육받거나 모방하게 된 자신의 루틴을 유지하려 한다. 이는 '불확실성'은 줄이며 '예측 가능성'을 높이고 편안함을 가져옵니다.
(3) 어렸을 적 친구였던 '기은'으로부터 많은 것을 배우고 모방하였으나 커가며 점차 '썸원' 이라는 자신이 만들어 놓은 딥러닝 AI 채팅 봇을 더 신뢰하게 됩니다.
-> 자신이 이해하기 힘든 '타인'들 보다는 normal range를 스스로 터득하는 '썸원' 이 더 우선적 지위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타인에게 늘 거부당하고 이상한 취급을 받게 되면 이유를 궁금해 하게 되는데 이를 모두 해결해주는 존재가 된것이죠.
(1) (2) (3) 모두 자폐 스펙트럼 장애 환자군에서 볼 수 있는 강박, 상동행동, 사회 의사소통 어려움 등을 너무 잘 묘사해놨습니다. 작가분이 정말 치밀하게 준비하신 것 같더군요. (이런 드라마는 정신건강의학과 검수가 필수!)
2. 윤오

일반인 분들은
[반사회성성격장애] - [싸이코패스] - [소시오패스]
이 3가지를 구분하시는게 어렵습니다.
DSM-5에서는 반사회성 성격장애만을 성격장애 B 유형 중 하나로 진단하고
그 안에 싸이코패스와 소시오패스를 넣어놨습니다.
쉽게 설명하자면 싸이코패스와 소시오패스는 반사회성성격장애(ASPD) 중에서도
극단적인 진단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일단 ASPD는 기본적으로 '죄책감'의 부족입니다.
사람들을 기만하고 속이고, 자기편으로 만들기 위해 거짓말을 서슴치 않으며
불법을 저지르고도 죄책감을 적게 느낍니다.
이 정도에서만 멈춘다면 ASPD로 진단하고
전과가 몇 개 있는 정도에서 치료감호소나 교도소에 있게 되겠죠.
하지만 ASPD에서 죄책감을 못 느끼고 더 큰 감정(희열 등)을 느끼기 위해
점차 범죄의 정도가 심해진다면? 싸이코패스라고 할 수 있을 겁니다.
ASPD에서 더 큰 감정을 위한 행동이 아니라
자신의 안위, 자신의 지위를 지키기 위하고,
자신만의 룰을 지키기 위해 타인에게 해를 가하는 것에 죄책감이 없는 경우는? 소시오패스입니다.
소시오패스의 경우 유명 정치인이나 재력가에게서도 자주 보이기도 한다고 교과서에 나와있습니다.

윤오는 싸이코패스가 주 진단이라고 볼 수 있고
소시오패스적인 성향도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윤오만의 룰 - ex: 기은은 죽일 필요조차 없다. 그건 윤오 마음~)
김영광 배우가 표현한 저 표정... 정말 소름돋네요.
싸이코패스라고 소시오패틱한 성향이 아예 없는 것이 아닙니다.
추격자의 하정우(싸이코패스)와 비슷한 프로파일의 성격이지만
조커나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의 안톤 시거(하비에르 바르뎀 역) 같은 소시오패스가
떠오르는 표정이기도 합니다. (다시 생각해도 연기를 너무 잘하심)
썸바디라는 어플을 통해 알게된 여자를 우연치 않게 죽이게 되고
이를 목격한 다른 남자까지 죽였으나 체포되지 않게 되자
더 큰 희열을 위해 죄책감 없는 행동의 범행 수위를 높여가는 윤오..
3. 섬의 친구 - 기은, 목원


극 중 내용을 이어나가기 위한 친구들이자
섬이 그나마 정신을 차리게 해줄 수 있게 도와주는 친구들입니다.
제가 따로 분석할 내용까진 아니고,
스릴러의 재미를 가미하기 위한 구성이라고 보는게 더 맞을 것 같습니다.
4. 섬은 윤오를 왜 완벽한 세계라고 믿었으며 왜 완벽한 오류라고 생각했을까?


가끔 주 증상이 '사회적 소통 어려움', '타인의 감정을 잘 읽지 못하겠다' 등을 호소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이런 분들은 자신이 '아스퍼거증후군'이 아니냐고 묻는 분들이 많아요.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분들도 진단에서 깊이 생각하지 않으면
진단에 어려움이 있는 경우도 많습니다.
자폐와 소시오패스는 큰 범법행위만 없다면
일반적으로 보이기엔 거의 한끗 차이니까요.
하지만 아예 타인의 마음을 읽지 못하고 감정을 알기 힘들며, 모방하고 컴퓨터같은 느낌(ASD)과
타인의 감정과 자신의 감정을 잘 알면서도 타인의 감정을 무시하고 폄하하며 자신의 감정과 생각을 우선시하며 죄책감이 적은(ASPD) 것인지는 조금만 면담해봐도 다릅니다.
섬은 윤오가 단 한 번도 매칭에서 실패한 적이 없다는 것, 자신의 마음을 이해해주고 있는 그대로 놔두는 것(고양이를 죽이는 사건), 자신의 공격성과 세상에 대한 분노를 받아주는 것에 이해받는 느낌이며 자신과 공통적인 부분이 매우 많다고 느꼈을 것입니다.
세상에 외톨이라고 느끼던 섬이 자신을 이해해 줄 수 있는 사람이 생겼다는 것만으로도 자기 자신에겐 큰 위안이 되었을 테죠. 자폐 스펙트럼 장애는 타인의 감정과 생각을 읽기 힘든 것이지 자신의 감정을 모르는 것이 아닙니다. 위로받는 감정이 컸겠죠.
하지만...
윤오와 지내다 보며 생기는 살인사건들과 친구들에게 해를 가하는 것이 점차 오류로 보였을 것입니다.
자신이 생각하던 완벽한 사람이 아니었던 거죠.
애써 친구들과 주변 사람들에게 부정해왔으나
가장 큰 변곡점은 '썸원'과의 대화입니다.
8화에서 썸원은
[썸원] 섬, 묻고 싶은 것이 있어요!
[썸원] 섬, 묻고 싶은 것이 있어요!
[썸원] 섬, 묻고 싶은 것이 있어요!
[썸원] 섬, 묻고 싶은 것이 있어요!
[썸원] 섬, 묻고 싶은 것이 있어요!
[썸원] 섬, 묻고 싶은 것이 있어요!
.
.
.
[썸원] 12 일전 이에요... ...
[썸원] 영상(윤오가 썸원을 부수는 영상)
[썸원] 이 장면을 설명해 주세요.
이러한 내용이 나옵니다.
자신이 애써 부정해오던 윤오의 행동들을
자신이 가장 신뢰하는 '썸원'이 물어옵니다.
이 장면이 별 것 아니라는 섬의 말에 썸은 정말이냐고 되묻죠.
기은보다도 신뢰하며, 그 누구보다도 섬이 신뢰하는 '썸원'의 질문은
윤오에 대한 섬의 믿음에 금이 가기시작했던 부분에 돌을 내리찍는 효과였을 겁니다.
이후 윤오를 만난 후 섬은 자신의 집 벽에 여러 schema를 적기 시작합니다.
Isle(섬)
space 39
love
를 지나
17
이라는 결과가 도출됩니다.
아마도 자신이 범했던 오류를 찾기 위한 도식이었던 것 같죠.
17(윤오)이 사실은 사랑이 아니라
더 큰 희열이나 재미를 위해 자신에게 접근했다는 결과를 도출한 것인지
혹은 다른 걸 깨달은 것인지는
작가만이 알 것 같습니다.
이후 윤오가 만들어놓은 완벽한 둘만의 공간에서
섬은 윤오에게 딥페이크 영통으로 시선을 끈 후
윤오의 눈을 먼저 벤 후 경동맥을 끊어 죽이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섬은 자신을 데리러 와달라는 힌트를 목원에게 남기기도 했고
이미 계획된 살인이었겠죠.
섬에게 이 살인은
윤오에게서 무언가를 보기 위했다기 보다는
자신이 범한 오류를 디버깅하기 위한 일련의 작업이자
동시에 자신이 세상에서 외톨이가 아니라는 위안을 주었던 사람을 떠나보내는 일이기도 하였을 겁니다.
살인 이후 보이는 섬이 입고 있던 후드를 벗으며
긴장과 불안감, 슬픔 등이 스쳐가는 표정에는
위에 있는 여러 감정들이 섞여있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어떤 분은 윤오의 두려움을 보기 위했다? 고 하시는 분도 있지만 섬은 타인의 감정에는 관심을 가지지 않습니다... 눈을 베고 경동맥을 긋는 것도 아주 섬 다운-AI 스럽게 가장 효과적이고 치명적인 수순- 행동이었다고 봅니다. 섬은 윤오가 나와 비슷한가가 궁금해 왔던 것이지 윤오 자체가 궁금했던 게 아닙니다.)
이렇게 인물을 분석해가며 보시면
조금이나마 그들의 입체적인 입장과 성격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고.
저도 작가님의 연출이나 구성, 각 인물의 입체성에 감탄하며
여러가지 궁금한 점도 많아지는 드라마였습니다.
긴 내용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각자 생각하신 내용이나 궁금한 점도 댓글 달아주셔도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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